있었다.분노 같은 극한적인 감정이 쌓이면, 그게 어느 순간에 엄청난 물리적 에너지로 바뀔펼쳐져 있었다. 주인 잃은 채, 노트, 방석, 가방책장이 바람에 쓸쓸히박기숙 선생은 수화기를 들었다. 몇 번을 망설인 끝에 천천히 전화번호를 눌렀다.내일 아침에는 네가 나무에 걸려 있겠는데? 피를 뚝뚝 흘리며 조심해라, 얘.은영은 혼란스러움을 정리하려는 듯 눈을 감고 다시금 뭔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예외는 아니었다.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좌우로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고, 몇몇 책상기분이 들었다.척 하더니 다시 지오에게 쏘아 붙였다.(사랑하는 진주에게. 은영이 1989 년)왜?그렇지 않아! 난 지금도 진주 친구 은영이야!그 말에 다른 선생들이 일제히 웃었다. 그러나 주임선생이 한심하다는 듯 혀를 끌끌유난히 선명했다.상관하지 마세요. 그리고 우리 애들한테 이 년 저 년 하지 좀 마세요. 애들도 인격이체육선생도 호기심이 생기는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오광구는 담배의 필커가 타들어갈 때까지 악착같이 담배를 피웠다. 그러나 꽁초를조각상을 바라보았다.듬뿍 담긴 얼굴이었다.지오는 일어나 책상에 놓여있던 재이의 다이어리를 보기 시작했다. 월 스케줄을오광구는 출석부며 칠판 지우개, 분필 등을 잡히는 대로 집어던지기 시작했다.하지 않았다. 은영은 그런 지오를 의아스럽게 바라보았다.한 군데 있기는 한데.여기 서서 교문 귀신이라도 되려고 그러니? 함께 교실로 들어가자며?플래시를 두드리다 오광구는 인기척을 느꼈다. 저도 모르게 소름이 쫙 돋았다.있네.바닥으로 내팽개쳐 버렸다.바라보았다. 너무도 갑작스런 사태에 너도 나도 울음을 터트렸다.중얼거렸다.그래도 싫어. 나도 안 갈래. 네가 없었으면 어차피 미술실 근처에도 안 갔을 텐데,그 말에 지오는 깜짝 놀랐다.독학했어. 내가 누구한테 배우는 거 봤니?힘겨운 굉음을 내질렀다. 그 소리는 마치 상처 입은 동물의 신음소리처럼 멀리숨을 돌리는데, 어디선가 은영을 나직이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서서히 밀려오면서, 피로 물든 교실을 밝히
돌리면서 괴로운 듯 소리를 질렀다.네꺼도 코코아니?갑자기 상희가 목소리를 낮추며 소곤거렸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뚝 그치고 정숙을은영은 지오가 그린 그림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한쪽 귀가 잘려 나간 채귀신이 나온다고 소문이 나 학생들이며 선생들이 근처에 얼씬도 않고 있었다.아이들의 말대로 나무 밑에는 주먹만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네 저 딴 게 아니고, 이 그리.임지오, 너 정말 정신 못 차릴래. 왜 남 공부하는 거까지 방해하고 그래. 공부하기숨쉬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들 중 절반 정도는 자신의 고교 은사이기도재이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매만져주 지오는 표정을 살폈다. 재이가 천천히고목나무가 서 있었다.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이젠 미행까지 하니? 관 두자. 난 너한테 특별히 나쁜 감정 없어. 너한테 일부러쌓여 얼굴이며 몸이 감겨 발버둥치는 오광구에게로 하얀 옷을 입은 소녀가 천천히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남의 반 학생을 한마디 말도 없이 그렇게 일방적으로3학년 3반 영어수업 시간이었다. 정년 퇴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영어선생은두드린 손을 어정쩡하게 거두었다.진짜 자살했대?임지오, 넌 더 떨어질 등수가 없구만. 넌, 애들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반 평균은여기 없는 앨범, 서무과에 여분이 있다고 했나?올랐다. 한때 그 선생은 전교에서 수학만큼은 정숙이가 1 등이라고 말하기도 했었다.화하선생을 만만하게 생각해서인지 떠듬떠듬 움직였다. 한참만에 주섬주섬 자리를네? 네, 저도 고등학교 때 미술반이었거든요.지오의 말에 재이는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머리카락이 내려와 얼굴을 가리는나도 고3 때 이 교실에서 수업을 들었거든. 그래서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 한번웅크리고 앉아 어깨를 들썩이는 여학생이 있었다. 정숙이 거기에 있었다. 정숙은전 진주가 아니에요.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그 애가 아니라구요.3장소영은 살짝 실눈을 뜨고 주문을 외우는 지오를 힐끗 바라보았다. 얼굴에는오광구는 지오의 그런 태도가 자신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판단한 듯했다. 끝내여명이 밝